Category : 2022 교쥬/연극 뮤지컬
Reg Date : 2022. 6. 23. 23:52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장인 엔터테인먼트


한 연극 덕후가 있다.
그는 성덕이기까지 해서 직업도 비평가다.
최근 너무 맘에 드는 연극 작가가 데뷔를 했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처음이다.
근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에게는 당근보다 채찍을 주기로 한다.
남들은 칭찬일색인데 나 혼자 호되게 비판하기로 한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 작가가 나의 존재를 알고 내가 훈련하는 대로 글을 써나가는거 같다.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칭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글을 쓰지 않는다.
10년 만에 (맞나?) 복귀한다고 해서
목욕을 하고, 가장 비싼 옷을 입고
심지어 걸어서 극장에 갔는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작가가 공연이 끝난 당일 밤 나에게 찾아왔다!


나도 고급지게 표현하며 쓰고 싶은데 능력 밖에 일이라 포기했다.

 

뭔가 데뷔 때부터 봐온 본진이
오랫동안 일을 안하고 있어서
덩달아 나도 휴덕 중이었는데
기대했던 본진 복귀작이 내 맘에 너무 안들 때의 기분을
이렇게나 고급지고 쉽지 않게 표현한걸까?

극에서 나오는 권투 관련 연극은

스카르파가 볼로니아와 본인을 빗대서 쓴 대본이라는건 충분히 알 수 있었는데

그 연극이 스승과 제자가 권투를 하던 극에서

갑자기 맨발의 그 사람을 만나고,

가장 중요한 대사인

'내가 노래할 줄 알면 날 구원할텐데...' 가 어떻게 나오는걸까?

극 중 극의 전개가 더 궁금하다.

 

처음 본 날은 머릿 속에 물음표가 가득했고

두번째 봤을 때는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초연(?) 때는 그 해답이 분명 있었던 극인거 같은데 난 초연을 보지 못했으니...

 

세상은 나쁜 연극으로 차 있지만

그 속에서도 얻어낼 것은 장면 하나, 대사 하나에서도 있는 것이겠지요.



    
Category : 2022 교쥬/연극 뮤지컬
Reg Date : 2022. 6. 2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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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우란문화재단

여성들이여...
절대 일을 놓지 말자....

뭔가 1차원적인데 고급진 신기한 극이다.
그리고 재밌어.
인형의 집이 원작이라고 하는데
각색이 되게 잘 됐고 이런 글빨 능력이라니 정말 부럽다.


유교수 빼고 진짜 극에서 표현하는 '한남'새끼들이라
진짜 속으로 쌍욕을 몇번을 했나 모르겠다.
자리가 1열이기도 해서 진짜 뛰쳐나가서 여러번 멱살 잡고 싶었다.
주위 곳곳에서 어이가 없는 헛웃음이 괜히 나오지 않았을 것.

지금 시국에 여러가지 사안들,
특히 젠더갈등으로 인해서 오는 모든 사건들과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고 특히 '아들'들이 가족에 미치는 영향을 정말 잘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극 중에서 말하는 '상류층' 집이라 고급진 세트도 예쁜데
천장을 스크린을 사용해서 보여주는 연출 되게 신선했다.
그래도 난 많이 트여있는 채로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개 곳곳에 허를 찌르는 대사들과
마지막까지도 결말도 뭐야 이 뒷통수는? 질투야? 했다가
결국 그 어떤 프레임에 갇혀있는 나 자신을 보고 다시 반성했다고 한다.

석옵 찌질한 연기 참 잘하시네요.
배우들 연기가 좋아서 주연이 용진 한대 칠 때 진짜 속이 시원했다.
그리고 깡이 너만 자존심 있는거 아니야!!! 할 때도......

첫 씬에서 엄청 불편해 보이는
말 그대로 코르셋의 드레스를 입고 종종 거리면서 등장했던 깡이
마지막에 편한 운동화에 바지 입고 퇴장하는게 상징하는 바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나저나 유교수님?
유전병은 대대로 물려지지 않을 수 있답니다?
착상 전 유전진단이라는 기술이 있거든요....
이상 전공자 올림



    
Category : 2022 교쥬/연극 뮤지컬
Reg Date : 2022. 6. 13. 16:17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우란문화재단(인가?)

처음 봤을 때는 결말의 클리셰 범벅 때문에 아주 극불호를 찍었던 극...

근데 계속 넘버 생각이 나고

예쁜 무대가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내 사랑 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그래서 계속 계속 보게 된 극

 

첫날 보고 나온 후기는 아주 난리가 났더랜다.

아래는 첫날 쓴 후기 ㅋㅋㅋ

 

와~ 나 간만에 결말(?) 극불호극을 만났다.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고 힙한데 이런 전개라니요 -_-;;
설마 설마하던게 딱 맞았을 때 나 실제로 한숨 쉼..
그리고 진짜 탈주하고 싶었다.

저렇게 미래지향적이고 꿈이 많던 정분이가 대체 왜?
설마 처음에 대사 그게 플래그야? 했는데 

그게 딱 맞아 떨어졌을 때의 빡침이란....
그래요, 1969년의 한국 여성에겐

하필 그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선택지가 그거 밖에 없었겠지요...
근데... (할많하않)
그리고 결국 남원이도 인생에서 그 날의 그 선택이 후회되는게 있었으니까 (스포) 아오!!!
왜 일방적인 희생!!! (생략)

초반에 웃음(?) 포인트들은 취저였다.
신선하기도 했고 무대도 스크린 화면도 너무 좋았고

남원의 치매증상을 이렇게 그린건가 해서 맘이 좀 그랬긴 했지만

실제로 치매가 그렇게 온다고 하니까.....

 

그리고  선희 현재 70세인데 아무리 시골이라도

베지터블을 말하고 최신 핸드폰을 쓰는 선희가

쪽진 머리에 월남바지라니요....

차라리 짧은 뽀글 파마머리를 하든가..


이렇게 써놓고 난 3번을 더 보러 갔고

볼 때마다 울고 나왔다고 한다.

 

처음 봤을 땐 정분의 선택이

자의가 아닌 타의라는 것에 불호를 찍었고

정분의 선택에 자연스레(?) 따라가던 남원의 선택도 싫었지만

(아마도 내가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기조 때문일 것)

결국 마지막에 보면 따뜻하고 좋은 극이긴 하다.
사람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진짜 뭘 선택하든 후회하니까...

 

그리고 이 극의 가장 중요한 넘버인 '여행'이 주는 힘이 있다.

넘버 자체가 정말 좋기도 하고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넘버기도 하고
서로 바라보는 정분과 늙은 남원
하지만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 있는 선희와 젊은 남원
각자 그렇게 이리저리 여행을 하다

넘버 마지막엔 결국 정분, 선희에게 라디오를 건네는 남원들
이 여행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라고 각자 부르고

과거의 그들과 지금의 그들이 궁금해하고 바라는 여행의 끝은 달랐지만

결국 그 끝은 손 잡고 컵케이크를 먹으러가는 여전히 서로가 소중한 그 들...

이 극의 주제이자 가장 큰 힐링 포인트는
어떻게 살아도 후회는 한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여전히 난 사랑에 냉소적인 사람이지만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선택이 가장 빛났으니까....

 

클리셰 범벅이라도 그걸 설득할 수 있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들면

좋은 극이라는 경험을 준 소중한 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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