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egory : 2022 교쥬/연극 뮤지컬
Reg Date : 2022. 6. 13. 16:17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출처: 우란문화재단(인가?)

처음 봤을 때는 결말의 클리셰 범벅 때문에 아주 극불호를 찍었던 극...

근데 계속 넘버 생각이 나고

예쁜 무대가 생각이 나고 

무엇보다 내 사랑 나하나가 너무 귀엽고 

그래서 계속 계속 보게 된 극

 

첫날 보고 나온 후기는 아주 난리가 났더랜다.

아래는 첫날 쓴 후기 ㅋㅋㅋ

 

와~ 나 간만에 결말(?) 극불호극을 만났다.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고 힙한데 이런 전개라니요 -_-;;
설마 설마하던게 딱 맞았을 때 나 실제로 한숨 쉼..
그리고 진짜 탈주하고 싶었다.

저렇게 미래지향적이고 꿈이 많던 정분이가 대체 왜?
설마 처음에 대사 그게 플래그야? 했는데 

그게 딱 맞아 떨어졌을 때의 빡침이란....
그래요, 1969년의 한국 여성에겐

하필 그날 그런  일이 일어나면 선택지가 그거 밖에 없었겠지요...
근데... (할많하않)
그리고 결국 남원이도 인생에서 그 날의 그 선택이 후회되는게 있었으니까 (스포) 아오!!!
왜 일방적인 희생!!! (생략)

초반에 웃음(?) 포인트들은 취저였다.
신선하기도 했고 무대도 스크린 화면도 너무 좋았고

남원의 치매증상을 이렇게 그린건가 해서 맘이 좀 그랬긴 했지만

실제로 치매가 그렇게 온다고 하니까.....

 

그리고  선희 현재 70세인데 아무리 시골이라도

베지터블을 말하고 최신 핸드폰을 쓰는 선희가

쪽진 머리에 월남바지라니요....

차라리 짧은 뽀글 파마머리를 하든가..


이렇게 써놓고 난 3번을 더 보러 갔고

볼 때마다 울고 나왔다고 한다.

 

처음 봤을 땐 정분의 선택이

자의가 아닌 타의라는 것에 불호를 찍었고

정분의 선택에 자연스레(?) 따라가던 남원의 선택도 싫었지만

(아마도 내가 사랑이 밥 먹여주냐는 기조 때문일 것)

결국 마지막에 보면 따뜻하고 좋은 극이긴 하다.
사람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고 진짜 뭘 선택하든 후회하니까...

 

그리고 이 극의 가장 중요한 넘버인 '여행'이 주는 힘이 있다.

넘버 자체가 정말 좋기도 하고 이 극에서 가장 중요한 넘버기도 하고
서로 바라보는 정분과 늙은 남원
하지만 시선이 다른 곳으로 가 있는 선희와 젊은 남원
각자 그렇게 이리저리 여행을 하다

넘버 마지막엔 결국 정분, 선희에게 라디오를 건네는 남원들
이 여행의 끝에는 뭐가 있을까라고 각자 부르고

과거의 그들과 지금의 그들이 궁금해하고 바라는 여행의 끝은 달랐지만

결국 그 끝은 손 잡고 컵케이크를 먹으러가는 여전히 서로가 소중한 그 들...

이 극의 주제이자 가장 큰 힐링 포인트는
어떻게 살아도 후회는 한다는 것
그리고 중요한건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여전히 난 사랑에 냉소적인 사람이지만 두 사람의 서로에 대한 선택이 가장 빛났으니까....

 

클리셰 범벅이라도 그걸 설득할 수 있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들면

좋은 극이라는 경험을 준 소중한 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