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극 덕후가 있다. 그는 성덕이기까지 해서 직업도 비평가다. 최근 너무 맘에 드는 연극 작가가 데뷔를 했다. 이렇게 나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처음이다. 근데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이 보인다. 그래서 그에게는 당근보다 채찍을 주기로 한다. 남들은 칭찬일색인데 나 혼자 호되게 비판하기로 한다. 정확하게는 모르겠지만 그 작가가 나의 존재를 알고 내가 훈련하는 대로 글을 써나가는거 같다. 하지만 난 단 한번도 칭찬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글을 쓰지 않는다. 10년 만에 (맞나?) 복귀한다고 해서 목욕을 하고, 가장 비싼 옷을 입고 심지어 걸어서 극장에 갔는데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런데 그 작가가 공연이 끝난 당일 밤 나에게 찾아왔다!
나도 고급지게 표현하며 쓰고 싶은데 능력 밖에 일이라 포기했다.
뭔가 데뷔 때부터 봐온 본진이 오랫동안 일을 안하고 있어서 덩달아 나도 휴덕 중이었는데 기대했던 본진 복귀작이 내 맘에 너무 안들 때의 기분을 이렇게나 고급지고 쉽지 않게 표현한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