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이 극의 초연이 올라왔을 때 극의 진행 방식이나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극 내용에 매우 충격을 받았었다.
재연을 지나 삼연째인데 과연 이 극이 지금 올라 올 수 있나? 라는 물음표를 던졌지만 무사히(?) 올라왔고 여전히 이 극은 슬프고 분노하게 만들며 마음 아픈 극이다.
1. 룸 서울 스몰룸 서울 스몰은 정말 너무 슬프다. 무진장 떡볶이 선배로 인한 시고니 선배의 성장 서사도 너무 슬프고 삼각끈 경찰 언니의 사연도 슬프다. 그러면서도 이 나라는 왜 유구하게 다른 것도 아니고 정치적 이유로 매번 같은 민족을 서로 겨누나 싶고...
이 나라가 이런게 군인이 대통령이어서,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을 뽑지 못해서라고 하지만 그 이후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도 결국 군인이었고 근 40년이 지난 지금도 딱히 바뀌지 않았음을...
시고니 선배의 책상 위에서의 마지막 대사가 백미 (이 대사는 스몰, 빅룸 공통으로 다 볼 수 있다.)
2. 룸 알레포 스몰룸 그냥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기억은 정확하기 나지 않지만 알레포의 여러 대사들은 그 당시 세계 정세에 맞게 수정하는거 같기도 하다. 넌 꼭 어른이 될거야, 바셋. 왜 바셋 역을 배우들 중에 가장 나이 많은 이석준, 정원조 배우가 하는지 이제서야 생각해봤는데 꼭 어른이, 그것도 나이 많은 어른이 되라는 의미가 아닐지...
3. 룸 알레포 빅룸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 어떤 정치적 메세지와 상관 없다. 그냥 사람을 구하는 것일 뿐 아마 그들은 자신이 잃은 아내와 아이를 구하는 심정으로 구할테니까... 빅룸에서 보이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셋의 표정이 참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4. 룸 서울 빅룸 2017년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봤다. 그 때는 그냥 단순 '무섭다'의 감정이 더 컸다면 올해는 '분노'의 감정이 더 컸다.
1987년 상황에서 대장을 볼 때의 내 표정은 마스크를 했으니 망정이지 정말 썩은 표정 그 자체였을 것. 그 때 그 시절의 백골단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울이든 알레포든 결국 누가 더 위대하고 잘났느냐를 놓고 싸우는 잘난 인간들 사이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은 그냥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아이가 커가는걸 보고 싶었던 아빠 그냥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학생들...
사족. 이 극 덕분에 좋아하는 아이돌 컴백쇼도 못 가고 본진이 하는 극의 총총막도 못 가고 운동 예약 걸어놓은거 등록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못하고 후회가 없다는건 거짓말이다..........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의 폐해겠지만 누군가의 죽음 또는 불행이 누군가에게는 돈벌이 수단이고 행복이라는게 참..
처음 극을 봤을 때는 첫 거래씬에서 그냥 그들이 주식 값이 떨어지는 것으로 호들갑 떠는게 웃겨서 웃었는데 두번째부터 보니까 폭탄테러 장소가 결혼식이었고 사망자 몇 명, 부상자 몇 명이 명확하게 들려서 마냥 웃을 수 만은 없었다. 특히 요즘이 더 그렇잖아. 전 세계가 팬데믹이지만 분명 누군가는 웃고 있겠지..
그래도 미국이 나치보단 낫잖아요? 러시아보다, 중국보다... 하는데 극 다 보고 나면 미국이? 글쎄다..가 절로 나오네...
김주헌 닉 고정으로 보고 있고 나머지는 캐스팅을 딱히 가리지 않고 보고 있는데 바시르 두 배우의 노선은 확실히 다르다. 동원 바시르는 날 것에 다혈질이라면 인섭 바시르는 침착함과 차분함 그 자체.. 둘이 연령대도 인섭 바시르가 나이가 더 많을거 같은 느낌. 실제로는 반대지만..
닉도 결국에 마지막까지 허겁지겁 챙겼던건 돈이고 이맘도 결국 그 이면은 돈이었고 과연 바시르는 마지막까지 민중과 대의를 위했을까? 총을 쏠 수 있게 된 다르와 마지막의 바시르의 모습은 불과 얼마 전의 바시르와 이맘 아니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