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극이 한국에서 내한공연을 한다고 공개 오디션 공지가 떴을 때부터 기대가 매우 많았다. 게다가 이 극에 쌀(조형균, 본진)이 캐스팅 됐다는 카더라가 돌아서 더더욱 기대였었지만 캐스팅 발표가 나야 알 수 있는 것이고, 그리고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21년 5월에 캐스팅 발표가 떴는데 실제로 오르페우스 역으로 온다고 해서 아마 쌀 본진 덕구 인생에 가장 행복했었던거 같기도 하다.
서울에서 15번, 대구, 부산 한번씩 총 17번을 보면서 (쌀 인스타 댓글로도 썼지만) 캐스팅 발표 때부터 근 1년간 즐거운 덕구 인생이었다. 사실 뮤지컬의 경우, 특히 본진의 공연을 볼 때는 작품에 대한 생각보다는 내 본진이 최고라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서 각종 사랑 고백과 주접으로 글을 쓸 수 밖에 없는지라 트위터에도 고스란히 그렇게 남아있지만 정리해서 적어보는 것으로...
결국 이 극은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의 이야기를 아는 사람들이야 결국 스포를 다 알고 시작하는 스토리인데 도대체 이걸 어떻게 극으로 만든다는건가... 했었는데 감상평의 몇 줄 요약은 이렇다.
사람은 실수를 반복하면서도 결국 더 나아지는 존재 그리고 그걸 깨기도 하는 존재
대사 그대로 결말이 어떨지 알면서도 다음을 기대하는 우리의 삶
불의에 대항할 때는 혼자보단 단체가 좋다. (연대 하라!!)
과거에 당신이 어떻게 살았는지 한번 생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결국 널 구원하는건 너 자신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과연 이대로 괜찮은가
놀랍게도 저런 생각이 들게 극에 많은 것들이 담겨져 있다. 쌀 오르페우스 제외 전캐를 보았는데 정말 그 누구로 봐도 상관 없었던 극.
이제부터는 트위터 주접의 정리 지금보니 그 놈의 코로나 때문에 개막도 미뤄지고 예매, 재예매의 반복에 아주 쑈를 했구나 -_-;;
무대, 조명, 연출 맛집. 특히 wait for me 때 무대랑 조명 정말 최고다. 왜 항상 신들은 인간을 시험할까? 페르세포네를 지독한 알코홀릭으로 만들어놨는데 생각해보니 반년을 지하에서 사는데 제 정신이기가 쉽지 않겠다 싶다.
Why we build the wall에서 페르세포네에 따라서 하데스 연설에 반응하는 차이도 재미있다. 두 페르세포네가 하데스에서 기본적인 애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건 맞지만 여왕 페르세포네는 삶에 찌들어 자포자기한 그리고 일꾼들에게 일부 죄책감도 있고 숨 막혀 하는 페르세포네라면 혜나옵 페르세포네는 정말 남편의 독선을 지긋지긋해 하는 진짜 뭐 같은데 내가 그래도 니 와이프라 노래 불러준다는 표정에 심지어 안부를 때도 있었다.
그리고 쌀 중의 쌀 웨잇포米 때 오르페우스의 노래를 듣고 지하세계가 벽을 열어주는 씬에서 무대가 좀 더 열리고 극의 마지막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서 열렸던 무대가 다시 좁게 닫혀지는데 그 씬을 볼 때마다 무대 열리는건 사랑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 용기를 갖고 떠나는 오르페우스의 마음인데 마지막에서 의심으로 범벅이 된 용기를 잃은 그의 마음이 다시 닫히는거 같아서 참 짠했었다.
과연 에우리디케가 기차를 타고 떠나는 씬이 정말 추워서 얼어 죽은 것인지 추위와 가난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선택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그렇게 선택해서 간 곳은 망각이 기본인 현재와 다르지 않은 삶이었다고 생각되어진다.
2막에서 일꾼들끼리 연대하는 If it's ture 그리고 가장 백미인 Epic III, 오르페우스의 의심의 절정인 Doubt come in까지 이 모든 것은 그냥 조형균이 짱인 것이다.
거창하게 시작해서 정말 뱀의 꼬리로 마무리 지어지는 글인거 같지만 하데스 타운과 이 극에 출현하는 쌀 덕분에 즐거운 1년이었다. 덕분에 기차 타고 대구 당일치기 비행기 타고 부산 당일치기도 해봤다는거.....
2017년 이 극의 초연이 올라왔을 때 극의 진행 방식이나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극 내용에 매우 충격을 받았었다.
재연을 지나 삼연째인데 과연 이 극이 지금 올라 올 수 있나? 라는 물음표를 던졌지만 무사히(?) 올라왔고 여전히 이 극은 슬프고 분노하게 만들며 마음 아픈 극이다.
1. 룸 서울 스몰룸 서울 스몰은 정말 너무 슬프다. 무진장 떡볶이 선배로 인한 시고니 선배의 성장 서사도 너무 슬프고 삼각끈 경찰 언니의 사연도 슬프다. 그러면서도 이 나라는 왜 유구하게 다른 것도 아니고 정치적 이유로 매번 같은 민족을 서로 겨누나 싶고...
이 나라가 이런게 군인이 대통령이어서, 국민이 투표로 대통령을 뽑지 못해서라고 하지만 그 이후 직선제로 뽑힌 대통령도 결국 군인이었고 근 40년이 지난 지금도 딱히 바뀌지 않았음을...
시고니 선배의 책상 위에서의 마지막 대사가 백미 (이 대사는 스몰, 빅룸 공통으로 다 볼 수 있다.)
2. 룸 알레포 스몰룸 그냥 어른이 되고 싶었던 아이 그리고 그 아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 기억은 정확하기 나지 않지만 알레포의 여러 대사들은 그 당시 세계 정세에 맞게 수정하는거 같기도 하다. 넌 꼭 어른이 될거야, 바셋. 왜 바셋 역을 배우들 중에 가장 나이 많은 이석준, 정원조 배우가 하는지 이제서야 생각해봤는데 꼭 어른이, 그것도 나이 많은 어른이 되라는 의미가 아닐지...
3. 룸 알레포 빅룸 사람을 구하는 일은 그 어떤 정치적 메세지와 상관 없다. 그냥 사람을 구하는 것일 뿐 아마 그들은 자신이 잃은 아내와 아이를 구하는 심정으로 구할테니까... 빅룸에서 보이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셋의 표정이 참 여러가지 생각을 들게 한다.
4. 룸 서울 빅룸 2017년에 봤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봤다. 그 때는 그냥 단순 '무섭다'의 감정이 더 컸다면 올해는 '분노'의 감정이 더 컸다.
1987년 상황에서 대장을 볼 때의 내 표정은 마스크를 했으니 망정이지 정말 썩은 표정 그 자체였을 것. 그 때 그 시절의 백골단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서울이든 알레포든 결국 누가 더 위대하고 잘났느냐를 놓고 싸우는 잘난 인간들 사이에서 결국 피해를 입는 사람은 그냥 어른이 되고 싶은 아이, 아이가 커가는걸 보고 싶었던 아빠 그냥 학교를 다니고 싶었던 학생들...
사족. 이 극 덕분에 좋아하는 아이돌 컴백쇼도 못 가고 본진이 하는 극의 총총막도 못 가고 운동 예약 걸어놓은거 등록할 수 있었는데 그것도 못하고 후회가 없다는건 거짓말이다..........